길동 손목골절, 왜 요즘은 수술을 권할까 — 원장 칼럼

·글 이수현 원장

흰 가운에 자주색 페이즐리 넥타이를 매고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웃는 이수현 원장 길동 손목골절 칼럼 · 글 달려라병원 정형외과 이수현 원장 (어깨·팔꿈치·손목·손·골절·외상)

길동 손목골절로 진료실에 오신 분께 수술을 권하면, 많은 분이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옛날에는 깁스만 했잖아요. 그냥 붙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틀린 말씀은 아닙니다. 손목뼈는 피가 잘 통해서 조금 어긋나도 대부분 붙습니다. 실제로 예전에는 많은 손목골절을 깁스로 치료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AO Trauma 정회원으로 골절·외상을 진료하고, DePuy Synthes 손·손목(Hand & Wrist) 카데바 과정과 대한수부외과학회 기초술기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오늘은 손목골절 치료가 왜 달라졌는지 근거와 함께 말씀드리려 합니다.

"붙었다"와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다릅니다

손목골절의 대부분은 요골 끝이 부러지는 원위부 요골 골절입니다. 문제는 깁스를 하는 동안 붓기가 빠지면서 맞춰 둔 뼈가 다시 내려앉기 쉽다는 점입니다. 60세 이상 304명을 비교한 국제 다기관 연구(WRIST, 2020)에서 깁스로 치료한 분의 48%가 어긋난 채로 붙었습니다.

어긋난 채 붙은 손목은 겉보기엔 멀쩡해도, 손바닥을 뒤집는 동작이 덜 되거나 바닥을 짚고 일어설 때, 무거운 냄비를 들 때 통증과 힘 빠짐이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붙었느냐"보다 "원래 모양으로 돌아왔느냐"를 먼저 봅니다.

미국정형외과학회(AAOS)와 미국수부외과학회(ASSH)의 2020년 진료지침도 65세 미만에서 뼈가 3mm 넘게 짧아졌거나, 손등 쪽으로 10도 넘게 기울었거나, 관절면이 2mm 넘게 어긋나면 수술이 X-ray와 기능 결과 모두에서 더 낫다고 정리했습니다.

손목골절수술을 검토하는 기준 세 가지. 요골이 3mm 넘게 짧아짐, 손등 쪽으로 10도 넘게 기울어짐, 관절면이 2mm 넘게 어긋남 AAOS·ASSH 진료지침(2020)의 수술 검토 기준 (65세 미만)

손목 골절 수술 전후 X-ray. 수술 후 요골 끝이 금속판과 나사로 고정되어 원래 모양을 되찾았다 수술 전(왼쪽)과 잠금 금속판으로 정렬을 회복한 수술 후(오른쪽) X-ray

60대도, 70대도 '예전처럼' 쓰고 싶어 하십니다

진료실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60~70대 환자분들이 "골프 언제부터 칠 수 있어요?", "다음 달에 손주 봐줘야 해요"라고 물으십니다. 나이가 들었으니 일상만 되면 된다가 아니라, 다치기 전처럼 쓰고 싶다는 것이 요즘 환자분들의 기대입니다. 치료 목표가 높아졌으니 치료 방법도 따라 바뀌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잠금 금속판이 판을 바꿨습니다

이 변화를 가능하게 한 것이 잠금 금속판(잠김 금속판, locking plate)입니다. 나사머리와 금속판 구멍이 나사산으로 맞물려 잠기기 때문에, 나사와 금속판이 하나의 틀처럼 뼈를 붙잡습니다.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한 분, 여러 조각으로 부서진 골절도 견고하게 고정할 수 있습니다. 원리는 관절척추 위키 – 잠김 금속판 고정술에서 그림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수술 자체도 예전보다 단순해졌습니다. 보통 손목 앞쪽을 3~5cm 정도 절개하고, 뼈를 원래 자리에 맞춘 뒤 금속판과 나사로 고정합니다. 이 금속판이 나온 2000년 이후 미국 고령층의 손목골절 내고정 수술 비율은 1996년 3%에서 2005년 16%로 다섯 배 늘었습니다(Chung 등, JBJS 2009).

금속판과 나사로 뼈를 고정한 모습을 그린 모식도. 나사가 금속판 구멍에 맞물려 고정되어 있다 잠금 금속판 고정 원리 예시(쇄골). 손목에서도 같은 원리로 요골 끝을 붙잡습니다.

미국 고령층 손목골절 내고정 수술 비율이 1996년 3%에서 2005년 16%로 약 5배 늘어난 막대 그래프 잠금 금속판이 나온 뒤 손목골절수술 비율이 다섯 배 늘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입니다

환자분들이 가장 반기시는 부분입니다. 깁스는 4~6주 동안 손목을 전혀 쓸 수 없고, 풀고 나면 굳은 손목을 다시 푸는 데 한참이 걸립니다. 금속판으로 단단히 고정하면 짧게 부목을 댄 뒤 이른 시기부터 손목 운동을 시작합니다.

근거도 있습니다. AAOS 진료지침은 잠금 금속판이 수술 후 3개월까지 기능 회복을 앞당긴다고 정리했고, WRIST 연구에서도 6주 때 손 기능 점수가 금속판 쪽이 깁스보다 높았습니다.

깁스 치료와 금속판 수술의 시기별 회복 비교표. 수술은 2~6주에 손목 운동을 시작하고, 깁스는 6~12주에 깁스를 풀고 굳은 손목을 풀기 시작한다 깁스와 금속판 수술은 손목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점이 다릅니다.

깁스를 하고 몇 달을 불편하게 지내느니, 수술로 바로잡고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는 쪽을 택하는 분이 늘어난 이유입니다.

각종 운동기구가 배치된 스포츠메디컬센터 운동치료실 수술 후에는 재활치료팀과 단계별로 손목 운동을 이어 갑니다.

그래도 모든 분께 수술을 권하지는 않습니다

공정하게 말씀드려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65세 이상에서는 1년 뒤 장기 결과가 수술과 깁스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가 여럿 있습니다(AAOS 2020, Arora 2011). 수술에는 감염이나 금속판 자극 같은 합병증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긋남이 작고 안정적인 골절이라면 저도 깁스를 권합니다.

원목 루버 벽에 병원 로고가 붙은 영상의학과 접수대 X-ray·CT로 골절 모양을 먼저 정확히 확인합니다.

그래서 길동 손목골절 환자분이 오시면 저는 X-ray·CT로 골절 모양을 확인한 뒤 환자분의 나이, 뼈 상태, 하시는 일과 운동, 얼마나 빨리 손을 써야 하는지를 함께 여쭙고 치료를 정합니다. 손목골절 증상과 유형은 관절척추 위키 – 손목 골절에도 정리해 두었습니다.

원장의 당부

길동 손목골절이든 어디서 다치셨든, 손목이 부러졌다면 처음 1~2주가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 뼈가 다시 어긋나기 쉽고, 수술이 필요한지 판단하기에도 가장 좋은 때입니다. 시간이 지나 뼈가 비뚤게 굳으면 바로잡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가볍게 넘어졌는데 손목이 부러졌다면 골다공증 검사도 꼭 함께 받아 보세요. 다음 골절을 막는 첫걸음입니다.

건강한 뼈(왼쪽)와 골다공증 뼈(오른쪽)의 내부 구조 비교. 골다공증 뼈는 구멍이 크고 뼈대가 가늘다 골다공증 뼈는 속이 성글어 가벼운 낙상에도 부러지기 쉽습니다.

도로 건너편에서 본 푸른 유리 외벽의 달려라병원 건물 전경 달려라병원은 5호선 강동역 3번 출구에서 도보 3분입니다.

길동 정형외과나 천호 정형외과를 찾다 이 글을 읽으셨다면, 길동역·천호역에서 한 정거장인 강동역으로 오시면 됩니다. 손목골절은 저와 박재범 원장이 함께 진료합니다. 다친 손목을 원래대로 쓰실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참고: AAOS/ASSH 원위 요골 골절 진료지침(2020) · Chung KC 외, JBJS Am 2009 · Chung KC 외, WRIST 12개월 결과, Plast Reconstr Surg 2020 · Arora R 외, JBJS Am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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