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 슬랩병변, 제가 수술을 거의 하지 않는 이유 — 원장 칼럼

·글 박재범 원장

투명테 안경에 흰 가운과 파란 패턴 넥타이 차림의 박재범 원장 천호 슬랩병변 칼럼 · 글 달려라병원 정형외과 박재범 원장 (어깨·팔꿈치·손목·손)

"MRI에서 어깨 관절와순이 찢어졌대요. 수술해야 하나요?" 천호 슬랩병변 진단을 받고 오신 분들이 진료실에서 가장 먼저 하시는 질문입니다. 제 대답은 대부분 "아니요, 먼저 재활부터 해 보시죠"입니다.

저는 예전부터 SLAP 수술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한때 이 수술이 유행처럼 늘던 시기에도 그랬습니다. 아프지 않은 사람에게서도 SLAP이 아주 흔하게 발견되고, 실제로는 병이 아닌 경우가 많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를 연구 자료와 함께 말씀드리겠습니다.

SLAP, 슬랩병변이란?

SLAP은 Superior Labrum Anterior and Posterior의 줄임말로, 어깨 관절 소켓(관절와) 가장자리를 둘러싼 연골 테두리인 관절와순의 위쪽이 앞뒤로 찢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우리말로는 상부 관절와순 파열입니다. 이 위쪽 관절와순에는 팔 앞쪽 근육인 이두박근의 긴 힘줄(장두)이 붙어 있습니다.

오른쪽 어깨 관절을 앞에서 본 그림. 위팔뼈 머리와 관절와, 관절와순이 보이고 이두박근 힘줄이 붙는 위쪽 관절와순이 찢어진 SLAP 병변을 표시했다 SLAP 병변 모식도. Humerus(위팔뼈) · Glenoid(관절와) · Labrum(관절와순) · SLAP lesion(위쪽 관절와순 파열)

어깨 앞쪽 3D 해부 모델. 이두박근 장두 힘줄이 어깨 관절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이두박근 장두 힘줄은 어깨 관절 안으로 들어가 위쪽 관절와순에 붙습니다. SLAP은 바로 이 부위의 손상입니다.

SLAP이라는 이름은 1990년 미국의 Snyder 박사가 처음 붙였습니다. 당시 700건이 넘는 어깨 관절경 수술 가운데 27명에서 발견해 보고했으니, 원래는 그리 흔한 진단이 아니었습니다. 대표 증상은 팔을 머리 위로 올릴 때의 통증과 어깨 속에서 무언가 걸리는 느낌입니다.

아프지 않은 어깨에서도 절반 넘게 보입니다

제가 수술을 서두르지 않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어깨 통증도, 다친 적도, 수술받은 적도 없는 45~60세 53명에게 MRI를 찍고 영상의학 전문의 두 명이 판독했더니, 55%와 72%에서 위쪽 관절와순 파열로 읽혔습니다. 두 전문의의 판독 일치도도 '보통' 수준(κ=0.41)에 그쳤습니다. 공을 수없이 던지는 프로야구 투수는 통증이 없어도 79%에서 관절와순 이상이 보였습니다.

통증 없는 어깨의 MRI에서 관절와순 이상이 보인 비율. 45~60세 일반인 55%와 72%, 프로야구 투수 79% MRI에서 '찢어졌다'는 소견이 곧 통증의 원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이 생기듯, 어깨를 오래 쓰면 관절와순도 닳고 갈라집니다. MRI에 보이는 SLAP이 지금 아픈 이유인지, 원래 있던 변화인지는 진찰로 가려야 합니다.

한때 유행처럼 늘었던 수술

2000년대에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MRI가 널리 쓰이고 관절경 봉합 기술이 발달하면서, MRI에 보이는 SLAP을 꿰매는 수술이 빠르게 늘었습니다.

자료 기간 내용
미국 보험청구 자료 (Zhang, 2012) 2004 → 2009 SLAP 봉합 25,574건, 정형외과 환자 1만 명당 17.0건 → 28.1건
미국 정형외과 전문의 시험 응시자 기록 (Weber, 2012) 2003 → 2008 SLAP 봉합 4,975건, 전체 어깨 수술의 9.4%. 문헌에 보고된 빈도의 약 3배
같은 기록, SLAP 단독 병변 (Mackinnon-Patterson, 2014) 2002 → 2011 봉합을 택한 비율 69.3% → 44.8%

Weber 연구진은 특히 중장년층에서 SLAP 봉합이 많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이후 수술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연구가 쌓이면서, 봉합은 줄고 이두근 힘줄 수술이나 비수술 치료가 늘었습니다.

미국 SLAP 봉합 수술 건수는 2004년 1만 명당 17.0건에서 2009년 28.1건으로 늘었고, SLAP 단독 병변의 봉합 비율은 2002년 69.3%에서 2011년 44.8%로 줄었다 늘었다가 줄어든 SLAP 수술. 두 그래프는 서로 다른 자료입니다.

가짜 수술과 비교했더니 차이가 없었습니다

결정적인 연구는 2017년 노르웨이에서 나왔습니다. MRI와 관절경으로 SLAP 2형이 확인된 환자 118명(평균 40세)을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 봉합 수술 40명 — 찢어진 관절와순을 뼈에 다시 꿰맴
  • 이두근 힘줄 고정술 39명 — 이두근 힘줄을 관절 밖으로 옮겨 고정
  • 가짜 수술 39명 — 관절경으로 들여다보기만 하고 아무것도 고치지 않음

환자도 평가자도 누가 어떤 수술을 받았는지 몰랐습니다. 결과는 6개월에도 2년에도 모든 지표에서 세 그룹 사이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봉합한 그룹에서 5명, 힘줄 고정술 그룹에서 4명은 수술 후 어깨가 굳는 합병증까지 겪었습니다.

봉합 수술, 이두근 힘줄 고정술, 가짜 수술을 비교한 2년 뒤 Rowe 점수 차이. 세 비교 모두 신뢰구간이 0을 지나 의미 있는 차이가 없다 가짜 수술과 비교한 무작위 연구 결과

이 연구를 이끈 Schrøder 박사도 이후 "SLAP 수술 적응증을 좁혔고, 대부분의 환자를 비수술로 치료한다"고 밝혔습니다.

꿰매도 결과가 기대만큼 좋지 않았습니다

수술 자체의 성적표도 냉정합니다.

연구 대상 결과
Provencher, 2013 SLAP 2형 봉합 179명 36.8% 실패, 28% 재수술. 36세 넘으면 실패 위험 3.45배
Boileau, 2009 SLAP 2형 봉합 10명 60%가 통증·운동 복귀 실패로 불만족. 이전 운동 수준 복귀 20%
Weber, 2012 시험 응시자 봉합 4,975건 수술 후 평균 8.9주 시점에 통증 없음 26.3%, 기능 정상 13.1%

Weber 연구는 추적 기간이 짧아 장기 결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공을 던지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MRI에서 SLAP이 확인된 미국 프로야구 한 구단 투수들을 보면, 재활로 치료한 투수는 22%가 예전 실력을 되찾았지만 수술한 투수는 7%에 그쳤습니다. 수술받은 선수들은 재활에 먼저 실패한 경우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수술 후에도 예전 실력을 되찾기 어려웠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SLAP이 확인된 프로야구 투수의 복귀율. 재활 치료군은 경기 복귀 40%, 예전 실력 복귀 22%. 수술군은 경기 복귀 48%, 예전 실력 복귀 7% 운동선수에게도 수술이 정답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치료합니다

MRI 촬영실의 지멘스 MAGNETOM Lumina MRI 장비와 검사 테이블 MRI 소견은 진찰 결과와 맞춰 봐야 의미가 있습니다.

먼저 아픈 원인이 정말 SLAP인지 확인합니다. 회전근개 질환, 어깨 충돌, 오십견처럼 비슷한 통증을 내는 질환이 진짜 원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은 대부분 재활입니다. 국내에서 젊고 활동적인 SLAP 2형 환자 63명을 비수술로 치료한 연구에서도 평균 21개월 뒤 71.4%가 수술 없이 좋아졌습니다.

T자 봉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어깨 가동범위 운동을 하는 모습 어깨뼈(견갑골) 움직임과 뒤쪽 관절막의 뻣뻣함을 바로잡는 재활이 치료의 중심입니다.

그렇다고 수술이 전혀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수술을 검토합니다.

재활부터 해 보는 경우 (대부분) 수술을 검토하는 경우 (일부)
MRI에서 우연히 발견된 SLAP 3~6개월 충분히 재활해도 통증으로 일·운동이 어려움
40대 이후, 퇴행성 변화가 함께 있음 넘어지거나 어깨가 빠진 뒤 생긴 외상성 파열
통증의 원인이 다른 질환일 가능성 어깨가 걸리고 덜컥거리는 기계적 증상이 뚜렷함
재활로 증상이 나아지는 중 관절와순 옆 물혹이 신경을 눌러 근력이 떨어짐

관절와순이 찢어진 틈으로 관절액이 새어 나와 생긴 물혹이 신경을 누르는 경우는 관절척추 위키 – 결절종에 의한 상견갑신경병증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수술을 하더라도 나이와 상태에 따라 꿰매는 대신 이두근 힘줄을 정리하는 방법을 고르기도 합니다. 이두근 힘줄 문제는 관절척추 위키 – 이두박근 장두 힘줄 파열에서 더 보실 수 있습니다.

원장의 당부

MRI 결과지에 '관절와순 파열'이라는 말이 있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소견은 아프지 않은 사람에게도 흔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진이 아니라 지금 어깨가 어떻게 아프고 무엇이 불편한지입니다.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진찰과 재활을 충분히 해 보셔도 늦지 않습니다.

번호가 매겨진 커튼형 부스와 치료 침대가 늘어선 물리치료실 재활치료팀이 전문의 처방에 따라 단계별 운동을 함께합니다.

천호 정형외과나 둔촌동 정형외과를 찾다 이 글을 보셨다면, 달려라병원은 5호선 강동역 3번 출구에서 걸어서 3분으로 천호역·둔촌동역에서 한 정거장, 길동역에서도 한 정거장입니다. 영상의학과가 함께 있어 진료 당일 초음파와 MRI 검사가 가능합니다. 천호 슬랩병변으로 수술을 권유받아 고민 중이시라면, 어깨 진료는 저와 이수현 원장이 함께 보고 있으니 편하게 상의해 주세요.

도로 건너편에서 본 푸른 유리 외벽의 달려라병원 건물 전경 달려라병원 전경

참고: Snyder SJ 외, Arthroscopy 1990 · Schwartzberg R 외, Orthop J Sports Med 2016 · Miniaci A 외, Am J Sports Med 2002 · Zhang AL 외, Am J Sports Med 2012 · Weber SC 외, Am J Sports Med 2012 · Mackinnon-Patterson B 외, Orthop J Sports Med 2014 · Schrøder CP 외, Br J Sports Med 2017 · Schrøder CP, Open Orthop J 2018 · Provencher MT 외, Am J Sports Med 2013 · Boileau P 외, Am J Sports Med 2009 · Fedoriw WW 외, Am J Sports Med 2014 · Jang SH 외, J Shoulder Elbow Surg 2016

달려라병원 진료 안내

위치 · 연락처

주소 서울특별시 강동구 천호대로 1110

지하철 5호선 강동역 3번 출구 도보 3분

버스 간선 370·342·9403
지선 3212·3318 (강동역 정류장)

진료시간

평일09:00 ~ 18:00
토요일09:00 ~ 13:00
점심시간12:30 ~ 14:00
일요일·공휴일휴진
대체공휴일진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운영보건복지부 인증 의료기관
  • #천호슬랩병변
  • #슬랩병변
  • #어깨관절와순파열
  • #상부관절와순파열
  • #SLAP
  • #박재범원장
  • #천호정형외과
  • #둔촌동정형외과
  • #길동정형외과
  • #달려라병원

어깨 글 더 보기 · 블로그 처음으로